‘역사를 품은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움 속에서 쉼을 제공하는 공간을 창조하다.’.
ILLT COFFEE
서울시 역사 복원 프로젝트로 궁궐 담장길이 새롭게 조성되면서, ‘창성하고 경사스럽다’는 뜻을 지닌 창경궁[昌慶宮]과 종묘가 90년만에 연결되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게 되었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우리 또한 클라이언트와 함께 창경궁과 종묘의 연결 복원사업에 동참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본 프로젝트에 임하게 되었다.
돌담길을 걷다 보면, 창경궁 남쪽 담장 건너편에 자리잡은 ILLT COOFFEE를 만날 수 있다.
'I Love Lazy Time' 이라는 뜻을 가진 ILLT는, 현대인들이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생활 속에서 고즈넉한 창경궁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리게 감상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바탕이 되어서일까, ILLT를 구성하는 재료들은 종묘 돌담길의 오랜 시간을 함께한 듯 닮아있다.
돌담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한 카페는 신구의 조화와 함께 현대적이고 세련된 섬세함을 듬뿍 담은 공간이다. 복원된 돌담길의 풍경은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더불어 담장유구의 텍스처와 유사한 느낌의 재료를 바닥에 적용하여 외부공간의 경험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이는 또다시 벤치와 평상 등으로 탈바꿈하면서 안락한 오브제 역할을 해낸다.
궁의 남쪽 담장과 마주하는 창가 공간에 놓인 대형 석재 평상은 종묘 담장 유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재현한 ILLT의 가장 인기있는 자리이자 포토존이다.
벽면 마감에 사용된 재료는 정성을 다해 회반죽을 바르듯 시공된 아트페인팅으로서,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질감을 더하여 창경궁의 정취와 어우러지는 요소가 된다.
카페의 한 켠에 아찔하게 기울어진 형태로 서있는 두 개의 벽체는 2차원의 플랫한 면으로 존재하여 전이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특별한 공간은 무채색이 주된 톤앤매너를 이루는 홀 공간과 대비되도록 따뜻한 느낌의 목재로 마감하여, 방문자로 하여금 다른 공간에 머무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기울어진 두 면의 표면을 통해 반사되어 유입된 빛은 고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담장길로 인도한다.
건물의 구조적인 이유로 중앙에 자리한 각진 기둥은 외부 풍경을 경험하는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도록 원형으로 탈바꿈하였고, 다소 무심한 듯 포개진 중앙의 커뮤널(communal) 테이블은 원형 기둥에 매달린 형태로 계획되었다..
ILLT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창경궁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디테일들도 계획하였다. 그 예로 천장에 트림리스 매입등을 적용하여 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최소화하고, 부분적으로 팬던트 조명과 벽부등을 계획하여 조도를 확보한 것 등이 있다.
충분한 면적확보가 필요했던 주방은 불필요한 요소를 정리한 뒤 편리한 동선을 꾸림으로서 개방감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주방 전면 벽에는 기능성을 위해 미색 계열의 타일이 적용되었다.
짙은 블랙 컬러의 세라믹으로 마감된 사선형의 육중한 커피 바는 어두운 톤의 금속이 적용된 주출입구의 게이트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외부의 동선을 유연하게 내부로 끌어들인다.
무겁게 자리한 커피 바 위로는 VIBIA 의 미니멀한 팬던트가 시선을 압도하는데, 이는 커피 바의 육중함과 대비되는 간결한 기하하적 라인을 드러내며 우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ILLT를 처음 마주하면 적막한 미술관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다소 차갑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머물면 머물수록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공간일 것이다. ILLT의 철자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같이, 이 공간은 방문하는 이들의 일상에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염원이 담겨있다.